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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그 아름다운 단어 |
Weekly 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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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 Besoin de provi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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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 제라르 보날 (Gerard Bon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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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 세이유 (Seu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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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년도 |
: 20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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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 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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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르 보날 (Gerard Bon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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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라르 보날은 소설가이며 전기작가이다. 최근 시몬느 드 보부아르, 제라르 필립, 르노 바로의 전기를 출간했으며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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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rt Summary
제라르 보날에게 있어 시골은 단순히 도시의 반대말이 아니다. 그 땅은 60년대에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곳이다. 제라르 보날은 사람들이 이 땅을 그저 '시골'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유년기와 가족들을 이야기하며 고향인 오베르뉴 지방을 회상한다. 그곳을 생각하면 사랑의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 된다. 석탄과 포도주를 팔기 위해 생-플루르를 떠나 파리로 간 숯장수들의 서사시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시골은 상상의 시골이다. 어쩐지 비밀스럽고 나만의 시선이 담긴 시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마을을 그대로 바꾸고 싶은 시골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약간은 낡고 약간은 어긋나 있는 우리들의 속내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제라르 보날은 시골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파리에서 로마에서 그리고 몬트리올에서도 시골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가 특히 좋아하는 콜레트의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매우 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문체를 지닌 글이다.
<발췌문>
"다시 한번 로마의 성급한 봄이 달력의 숫자보다 먼저 찾아왔다. 포럼에는 야생 붓꽃들이 포스틴 신전의 낡은 포석들 사이에 훈훈한 공기와 달빛을 받아 하룻밤 새에 입을 활짝 벌리고 피어있다. 베스타 신전의 목이 잘리고 팔이 없는 석상들 아래에는 바짝 야윈 장미나무가 작고 노란 꽃을 피워내고 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없다. 아마도 너무 이른 아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개선문과 헐어 가는 회랑 사이를 아주 쉽사리 지나다닐 수 있다... 푸른 팔라틴 언덕 위에도 역시 아무도 없다. '팔라틴의 정원들은, 아아, 꽃으로 뒤덮힌 사막일지니!'라고 1917년 3월에 로마를 방문한 콜레트가 말하였다. '위대한' 전쟁들로 시끌벅적 했던 그 당시에 콜레트는 몇 달 동안 이태리 수도 로마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성-천사의 성, 성 바오로 대성당, 콜로세움 등 로마 건축의 영광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웅장한 건물들보다 매일 아침 트리니타 디몬티의 계단 위에서 열리는 꽃 시장, 말테의 기사들의 작은 정원, 겸허한 듯한 산타 마리아 교회가 더욱 좋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들이... 팔라틴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멋진 아네모네와 하얀 수선화와 야생 물푸레나무와 꽃이 만개한 월계수와 난초와 제비꽃들인가! 붉고 아름다운 폐허 속에 지나가는 사람도 노니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할 뿐!'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 콜레트가 이 문장을 쓴지 85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거의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1917년에 '설명할 순 없지만 사실이다'라고 놀라움을 표현했던 것처럼 여전히 그대로이다. 나는 바람에 깎이고 있는 불그레한 성벽 아래에 등나무와 속세로 뒤덮힌 티미우스 세베루스의 공동목욕장 근처에서 맨발을 벗었다. 그리고 이 이른 아침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차고 어린 풀들 위를 부드럽게 걸어본다. 작은 웅덩이는 훌쩍 뛰어 넘고 조금 깊은 웅덩이는 과감히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은 발을 적tu본다.
이곳에서 이 이른 아침에 보는 로마는 멀리 저곳, 작은 소나무 숲 뒤에서 웅웅대는 잡음만을 희미하게 흘리고 있을 뿐이다. 겨우 한 사람, 구름 한 점, 꿈 하나가 지나가고... 물이 빠져나가고 예상 밖의 깊이를 드러내는 바다처럼 현실은 멀어져 간다. 잔잔하게 휴식 상태에 있는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위하여, 여명의 시간을 위하여, 마음의 준비를 위하여, 고독과 침묵의 공간을 위하여 즉 시골을 위하여 가장 광대하고 가장 시끌벅적한 것들 조차도 숨을 죽이고 있다. 이 순간 모든 것은 침묵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만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것이다. 이것은 파괴된 것과의 의사소통이며 시간의 비밀스런 굴곡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전망인가! 산책가의 발아래 예상치 못한 호사스러운 그러나 동시에 일상적인 기적들이 펼쳐지고 있다. 지치지 않고 나의 눈길이 닿는 것은 도시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 은폐된 채 있는 것, 과거의 존재를 뛰어넘는 모든 것, 현대성이라는 커다란 덮개로 잘 가려져 있어 예민한 직감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 시골의 분위기이다. 이렇듯 나는 시골이 좋다. 감춰져 있으나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은폐된 것을 걷어낼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열려있는 시골이 나는 좋다. 사실 나는 어딜 가든 시골의 정취를 발견해 낸다. 이런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거의 모든 도시가 내 앞에선 스스럼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로마도 다르지 않다. 신발을 염가로 팔고 있는 가게들과 사치스런 남성복 가게들 사이에서 나찌오날레 거리는 갑자기 큰 폭으로 사라져간다. 이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마법의 문턱을, 소란스런 자동차들과 이륜차들은 넘어갈 수 없는 문턱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 마치 잠자는 숨속의 미녀가 잠들어 있는 성 안으로 들어가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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