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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Weekly 96호
원제 : Les Pigeons
저자 : 나딘 브렁 코스므, 얀 나심벤느 (Nadine Brun-Cosme, Yan Nascimbene)
출판사 : 밀랑 (Editions Milan)
출판년도 : 1989
페이지 :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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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 브렁 코스므, 얀 나심벤느 (Nadine Brun-Cosme, Yan Nascimbene)
 

▣ Short Summary
어느 날부터 앞 집 지붕에 앉아서 내 방 창문을 바라보던 비둘기들이 처음에는 무섭다가 점점 친근해 진다. 그런 던 어느 날 한 비둘기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빠도 그렇게 떠나가셨다. 고통스런 아빠의 부재가 비둘기, 항구 등을 통해 은유되는 서정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이다.

"삼일 전부터, 비둘기들이 크고 조용한 눈으로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침에 우리를 깨우는 것도 비둘기들의 울음소리였다. 그 후 우리도 비둘기들을 커튼 너머로 쳐다보게 되었다. 비둘기들은 앞집의 지붕 위에 앉아 있다.
그들은 무거운 날개짓으로 하나 둘씩 날아와 앉았다. 우리가 쳐다보면 볼수록 자주 날아와 앉았다. 그들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다가 한 놈이 우리 창을 쳐다보면 다른 한 놈도 그러다가 모든 비둘기들의 눈이 우리의 네모난 창에 고정되는 것이었다. 창 뒤에 있던 우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커튼이 있었다. 결국 리즈는 나를 잡아끌며 나가자고 했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방으로 가서 창 밖으로 하얀 배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배에서 '피아노 바'라는 크고 파란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배는 물위에 서서 항구에 크고 뚜렷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물이 배 주변에서 철썩거렸고 맑은 날에는 태양이 뱃가에서 노랗게 부서졌으며 비가, 바다에서 오는 고운 비가 오는 날엔 회색 빛이 감돌았다.

우리는 원래 네 식구였다. 엄마와 아빠는 큰방을 쓰시고 우리는 작은 장밋빛 방을 썼다. 지금은 비둘기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배가 보이는 주방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곳이었다. 리즈와 함께 우리는 작은 점들이 있는 하얀 커튼을 선택했다. 창 밖으로는 항구의 물들이 철썩거렸다.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여행을 떠나셨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우리는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아빠를 기다린다. 이곳에 안 계시는 아빠를. 우리 방에 있는 커다란 눈들을 쳐다보는 것 보다 더 어리석은 일 같다.

지금은 좀 더 잘 알 것 같다. 새들은 눈이 크다. 우리는 이제 누가 누구인지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뚱뚱한 회색의 배불뚝이가 있었고, 작은 동글이가 있었고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어두운 회색의 비둘기가 있었다. 우리는 이 검은 비둘기를 부불르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주 갸냘픈 약간 겁먹은 듯한 하얀 비둘기도 있었다. 이 비둘기는 다른 비둘기들한테서 멀리 떨어져서 종종 걸음으로 아주 약간씩만 다가오곤 했다. 곧 우리는 비둘기들 모두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비둘기들을 좀 더 잘 보려고 커튼을 약간 걷어 놓기도 했다. 커튼이 없으면 그들은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가끔 그들과 숨바꼭질도 했다. 커튼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면서... 그러면 비둘기들은 당황해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좀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어제는 항구 구경을 나갔다. 집에서 길 두 개를 지나면 항구가 있었다. 우리가 항구에 나간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지만 아빠 없이 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엄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의 눈을 보고 알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안개와 햇살 속에서 가장 빛이 나는 배를 보여주었다. 생선들을 가득 실은 파란 배, 빨간 배, 초록색 배들을 말이다. 생선 상자들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갈매기들이 이 생선들을 먹으려고 계속해서 선회했다. 갈매기들은 눈이 크지 않았다.

오늘 나는 눈을 뜨면서 유리창 바로 밖에 부리가 있는 얼굴 하나를 보았다. 회색의 뚱뚱이 비둘기였다. 내가 움직이자 뚱뚱이는 곧바로 날아서 앞집 지붕 위로 가버렸다. 나는 리즈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리즈는 중얼중얼 거리 더니 다시 잠들어 버렸다. 리즈가 잠에서 깨어, 내가 이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나조차도 확실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가냘픈 하양이 비둘기가 보이지 않았다. 리즈와 함께 우리는 세어보고 또 세어보았다. 분명히 회색의 뚱뚱이, 색이 진한 동글이, 부불르 모두 다 있었다. 다른 비둘기들도 평소처럼 모두 있었지만 하양이는 없었다. 리즈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하양이가 바다위로 여행을 떠난 거라고, 다시 돌아와서 하늘에서 본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하양이도 아빠와 똑같은 배를 타고 떠났을지 모른다.

하양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비둘기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 그들은 전과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고 있었지만 우리말을 듣는 것 같진 않았다. 우리는 이 비둘기들도 하양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으셨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자 나는 목이 아주 아팠다. 엄마가 들여다보시더니, "이런! 아주 상태가 안 좋구나!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아야겠다!" 라고 말씀하셨다. 8시가 되자 엄마와 리즈가 나에게 뽀뽀를 하고 출근하러, 그리고 학교 가러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들이 계단을 내려가 문을 닫고 3층을 더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고요함이 다시 찾아왔다.
나는 내 침대에서 나와서 내 이불과 베개를 들고 엄마의 큰 침대로 갔다. 거기서도 항구를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어두웠다. 나는 날이 밝길 기다렸다.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갔고 더욱 자주 지나갔다. 사람들이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배는 부드럽게 그 하얀 빛깔을 점점 선명하게 드러내 갔다. 갈매기들이 공중을 돌며 끼룩거렸다. 나는 아빠 생각을 했다. 아빠를 멀리 바다 저편으로 데려간 배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는 큰배가 어두운 물위로 미끄러지며 항구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며 다시 눈을 감았다. 하양이 비둘기가 앞서서 오고 있었고 그 앞에 아빠가 서 계시는 것을 나는 보았다.